좋은 책 이야기

열하일기...박지원

초록숲12 2024. 7. 6. 13:50

 


유학이 중국에서 훈고학, 주자학, 양명학, 고증학적 형태로 이어져 온 반면에 조선에서의 유학은 주자학이 려말 들어온 이후에는 성리학적 세계관만이 유일했다.
조선의 시대착오적인 성리학은 당시 세계사적인 격변기에 국제적 시각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 즉 중화주의적 성격과 공리공론적이어서 백성들의 실 생활 향상과는 무관하게 봉건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17세기 중국의 변화, 즉 청의 등장과 간접적 형태로나마 서양의 문물과 그리스도교라는 새로운 변화 환경을 맞아 일부 지식인들은 조선 사회의 변화를 위한 깊은 사색을 시작하게 된다.

주로 재야의 사람들과 규장각의 일부 학자들에서 시작된 이 흐름이 훗날 실학이라고 명명된 것인데, 세대별로 지향성이 달라 이수광이래 유형원, 이익등의 경세치용학파, 박지원 홍대용 이덕무 박제가등의 이용후생학파, 정약용등의 실사구시학파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유학적 사고 틀내에서의 개혁이라는 한계가 있고, 제도나 법률등의 개혁에 중점을 두느냐, 실용적인 도구나 장치, 방법등을 강조하느냐, 상업을 중시하느냐 농업을 중시하느냐등의 차이는 있지만, 그동안 검약과 절제적인 삶을 강요하면서 빈곤에 처해 있는 조선 백성들의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한 고민이라는 공통적 성격을 갖고 있다.
 
박지원은 친척 형이 건륭제 칠순 축하 사신으로 중국을 가게됨에따라 당시 군관자제의 동행이라는 제도로 연경(북경), 열하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일기 형식으로 중국의 문물, 문화, 제도등에 대한 생각을 세세히 기록해서 발간한 책이 열하일기이다.
이 책에서는 그가 어떻게 하면 조선 사람들의 생활이 향상될까를 처절히 고민하는 모습과 개혁에의 지향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부분 부분 유교적 가치관에서 오는 어쩔수 없는 한계도 나타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우리 시대의 문제를 고민하는 우리의 자세, 방법론도 다시 살펴보는 충분한 계기가 되는 것같다.
 
그런데 북학파의 주장을 지지하던 정조가 그리스도교의 유입이 가져올 세계관의 변화 및 문제점과 그리고 건륭제 말기부터의 부패 상황에서 비롯된 실망등이 일차적 원인이었겠지만, 이 책을 금서화하고 문체를 바로 잡자는 문체반정을 선언하고 옛날의 순수 한문체로 돌아가자는 순정고문 운동을 규장각에 명하면서 정조는 실학의 포기, 개혁의 포기, 복고로 선회한다.